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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한테 말하지마” 청소년 노리는 마수 ‘온라인 그루밍’
작성일 2019년 7월 3일 17시 39분 조회수 988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급증

채팅방·SNS 등 통해 칭찬하며 접근
친밀감 쌓은 뒤 성적 영상 요구
성매매 협박 도구로도 이용

성폭력 상담 3건 중 1건꼴
‘온라인 그루밍’ 피해자들

정서적 의존도 높아 피해신고 꺼려
가해자 특정 어려워 처벌도 쉽잖아
“모든 종류 아동 그루밍 범죄화해야”

 

고등학교 2학년인 지영(가명)은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성인 남성을 알게 됐다. 상대는 친절했다. 이름은 무엇인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등 대화를 나누곤 했다. 지영은 남성이 자신을 “예뻐해준다”고 생각했다. 갈수록 대화 수위는 높아졌다. 남성은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주며 지영에게도 “얼굴이 나오는 섹시한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혹시나 관계가 단절될까, 지영은 거절이 어려웠다. 남성은 만남을 요구했고, 지영은 응하려 했다. 다행히 지영의 어머니가 대화 기록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실제 만남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지난해 상담한 ‘온라인 그루밍’ 사례다. ‘온라인 그루밍’은 성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이메일, 채팅방, 온라인 게임, 데이트·채팅 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하는 범죄 수법으로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전조로 꼽힌다. 칭찬을 하며 친밀감을 쌓고 비밀 등을 털어놔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성적인 이미지와 영상을 요구하고, 나중엔 성매매를 위한 협박 도구로 이용한다.

 

 

‘온라인 그루밍’ 수법을 이용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사성은 “최근 성폭력 상담 가운데 3건 중 1건꼴로 ‘온라인 그루밍’ 수법을 보인다”고 밝혔다. “아동·청소년에게 칭찬을 하면서 2∼3일 정도만 대화해도 경계를 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그루밍에서 시작해 성매매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2017년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관계에 익숙한 점도 위험을 높인다. 사단법인 탁틴내일연구소 등이 2017년 중학생 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56.3%가 “온라인 관계만으로도 우정이 가능하다”, 21.2%가 “온라인으로 연락만 해도 사귀는 것(연애)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내 사진을 공유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도 115명(18.9%)에 이르렀고, 11.8%는 “누군가 성적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루밍 범죄는 신고조차 어렵다. 정서적 의존도가 높아 폭력이 심각해도 피해자가 신고를 꺼린다. 주고받은 문자와 사진은 수사기관에 “연인 관계였다”는 주장의 증거물로 제출되기도 한다. 동성애자 채팅앱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사진과 영상을 보낸 중학생 은주(가명)는 자신의 촬영물이 유포되고 레즈비언이란 신상정보가 드러날까봐 부모에게도 경찰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한겨레 DB

처벌도 쉽지 않다. 지영의 경우, 음란물 제작·배포자를 처벌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11조 위반으로 상대를 고소했으나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가족 등이 2차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한사성은 “부모는 자녀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꾸짖고, 피해자는 더 위축되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온라인 그루밍’이 범죄임을 인지하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 2017년 통과된 아일랜드의 ‘아동 그루밍법’은 주석을 통해 “최근 보고서들은 가해자가 아동과 오프라인에서 만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가해자가 오프라인상의 만남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아동 그루밍을 범죄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명시했다.

 

’그루밍’ 관련 법 조항
’그루밍’ 관련 법 조항

 

 

사실상 성범죄의 통로가 되는 ‘플랫폼 규제’ 필요성도 제기된다. 채팅앱 이용자가 최소한의 신상정보를 필수로 입력하게 하고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사업자가 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플랫폼 사업자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실명·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채팅앱이 많다. 대화 내용 갈무리가 어렵거나 채팅방을 나가는 순간 내용이 삭제되는 기능도 신고나 수사를 어렵게 한다. 조진경 대표는 “2016년 앱 7개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신고했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왔다.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까지 했는데 전부 기각됐다”며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이트 폐쇄 조치는 음란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온라인상의 성매매 알선 등에 대해선 신고나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899011.html